르며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군악대가 행진곡을 연주하며 단상 앞을 지나자 한세웅은 옆에 서 있는 김명화 쪽을 바라보았다저기 트럼펫 부는 놈 저놈이 당신을 곁눈질하고 가는데아래쪽을 향해 손을 흔들던 김명화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당신을 사랑해 명화 나는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어비행기에서 뿌려진 색종이가루가 그들의 몸 위로 떨어져내렸다김명화는 대답대신 아래쪽을 향해 더욱 열심히 손을 저었다연단 뒤쪽의 귀빈석에 앉아 있던 강문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손에 대형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연단의 귀퉁이에 서 있던 경호요원들이 그를 바라보고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문식은 서너 자리 건너편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앞쪽에는 5개국의 국가원수와 나란히 선 한세웅 부부가 마침 지나치는 국악대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강문식은 호주 외무장관과 말레이지아 외무장관을 건너 옆쪽으로 다가갔다저게 누구야뒤쪽에 섰던 경호요원이 동료에게 묻자 대답했다북한 정보부의 부장이야강문식은 일본수상의 뒤쪽 자리에 앉아 있는 모리에게 다가가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모리는 요시다 수상을 수행하고 온 일본 정보부의 부장이었다아 강부장님모리가 반갑게 아는 체를 했다 지난번 범죄자 인도협정 때 북한측 대표단의 일원인 강문식을 만난 적이 있었다강문식이 긴 얼굴을 쳐들며 모리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모리는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기분나쁜 얼굴이었다 가느다란 눈이 번쩍이고 있는 것이 뱀의 얼굴 같았다이 테이프 받으시오강문식은 모리의 무릎 위에 봉투를 올려놓았다 강문식이 퉁명스럽게 말했다그 테이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당신의 부하인 히데나가가 우리의 수상을 암살하려고 했다가 잡혀서 자백했소 당신이 시켰다고 하더군모리가 입을 쩍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연단 앞에서 군대의 사열이 있는 모양이었다 군화의 발자국 소리가 쿵쿵 울리고 있었는데 그와 똑같이 모리의 가슴도 뛰었다 강문식이 턱을 쳐들고 다시 말했다더 기가막힌 일은 그놈이 남조선의 한세웅 대통령도 암살하려고 했다는 거요 당신은 우리 북남의 지도자를 모두 암살하려고 했소이 이것 보시오 강부장군화의 발자국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왔다놈은 우리 정보부에서 억류시키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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