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던 김기철의 타도에 손도 대지 못한 채 분열되고 있었다 대의가 없는 조직은 타산과 물욕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삼합회나 야마나가회 또는 명성회 모두가 합의를 지킬 명분이나 의리조차 없었던 상황이었으니 그것을 믿고 있었다면 그 조직은 시대에 한참 뒤졌다고 봐야 된다강기철이 받아들일까혼잣소리처럼 물었던 김경복의 시선이 이석철에게로 옮겨졌다 사사키가 살해되고 나서 김경복의 행동은 더욱 위축되었다 본래 여자를 밝히지 않는 김경복이었으므로 사생활에 허점을 보이지 않았고 식당 출입도 자제했으며 숙소도 이틀에 한번씩 옮겨다녔다 이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 김경복의 신경이 곤두서 있을 만했다 이제 그에게는 강기철뿐만이 아니라 삼합회도 노골적인 적이 되어 있는 것이다제 생각입니다만 받아들일 것입니다이석철이 대답하자 김경복은 입맛을 다셨다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처음에 명성회를 일진회 산하로 예속시키겠다고 제의했을 때 흔들리지 말았어야 했다 삼합회가 먼저 배신한 셈이지만 이쪽도 뒤통수를 노리고 있었으니 누구를 원망할 입장도 아니다 이석철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더니 김경복에게 말했다상무님 그럼 저는 준비하고 출발하겠습니다인질을 내놓겠다고 해시선을 돌린 김경복이 뱉듯이 말했을 때 이석철은 몸을 굳혔다인질이라고 하셨습니까그렇다숨을 들이켠 김경복이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으로 이석철을 보았다바로 나다김경복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일이 잘못 풀리면 그룹이 망한다 너도 대충 짐작하고 있지알고 있습니다 상무님명성그룹은 현재 야마나가회에서 운영하는 한호신용금고에 1700억원의 채무가 있는 것이다 그룹의 모든 부동산과 채권까지 담보로 넣고 있지만 만기 어음 300억원이 이달 말에 돌아오게 된다 야마나가회의 자금 지원이 없으면 부도를 맞게 되는 것이다 김경복이 낮게 말을 이었다곤도는 사사키의 복수를 꼭 하겠다고 했지만 고위층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만일 우리가 더 밀린다면 야마나가회는 부동산과 채권을 처분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설 핑계를 갖게 된다눈의 초점을 잡은 김경복이 이석철을 노려보았다그렇게 되면 명성그룹은 시가 300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채권을 야마나가회에 넘기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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