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했지만 이해는 했다 안대훈이 즉각 선수를 옆쪽으로 돌렸고 감시선은 다른 배를 향해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안대훈이 다시 영웅호를 향해 선수를 돌렸다 배는 퉁퉁거리는 엔진소리와 함께 파도에 기우뚱거렸다 이제 배의 바닥에서 물을 퍼내지는 않는다 대원들은 배의 양쪽가에 앉아 있거나 서 있었는데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한재호는 소리죽여 숨을 내쉬었다 그를 제외한 일곱 명 모두는 그보다 더 용기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덜 때묻은 순수한 사내들이었다 한재호는 나이지리아행을 결심한 순간부터 죽을 작정을 했었다 이것은 신이 가져다 준 마지막 기회였다 어떤 조건이건 간에 좌우간 신은 죽을 명분을 가져다 주었다 남은 것은 보다 장렬하고 보다 기억에 남게 죽도록 노력하는 일밖에 없다 그는 일곱명의 대원들에 대해서 처음으로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이제까지 한번도 애사심을 느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대장님 물이 무릎까지 찼습니다아래쪽에서 배영찬이 올라왔다 그는 머리를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제 영웅호는 1백 미터쯤으로 가까워져 있었고 배에 켜 놓은 불빛으로 동료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준비한재호가 짧게 소리치자 부하들이 제각기 로프를 손에 쥐었다 로프 끝에는 묵직한 쇠걸레와 조그만 닻 끝이 구부러진 연장들이 매달려 있다 이제 주위에는 어선들이 드물었다 감시선이 비스름하게 그들의 앞을 지나다가 마이크로 소리쳤다알았다 이 새끼야배영찬이 중얼거리듯 말했으나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배는 직선으로 영웅호의 후미를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뒷부분이 패인 영웅호의 후미에 배를 처박고는 밧줄로 배를 고정시킬 작정이었다그리고 스위치를 넣고 뛰어내리는 것이다저기 놈들이배영찬이 말하지 않았어도 한재호는 감시선이 급하게 방향을 바꿔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영웅호와의 거리는 50미터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주위에 민간인의 배는 보이지 않았다사격준비한재호가 짧게 소리치자 배 안에서 노리쇠를 철컥이는 금속소리가 잠깐 일어났다가 곧 멈춰졌다영웅호와의 거리가 20미터쯤 되었을 때 감시선의 선수가 어선의 옆쪽에 닿았다 그쪽도 비슷한 높이의 어선이다이봐 멈춰앞장선 흑인이 M16을 겨누며 어선으로 뛰어들어 왔고 대여섯명의 부하들이 그의 뒤를 따라 배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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