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이 가신들을 둘러보았다 이중 마음으로부터 심복 한 가신은 반 정도일 것이다 나머지 반은 기세에 눌려 따르는 시늉을 하거나 긴끼처럼 앙앙 불락하며 불만에 차 있는 무리였다 그들에게 이반은 갑자기 뛰어든 이방인일 뿐인 것이다 이반이 입을 열었다 선대 주군께서 나를 택하신 것은 영지를 보전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돌아가신주군의 유명을 받들어 영지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는 이반이 눈을 치켜 떴다 마시타님께 충성을 다 하는 가신으로서의 자세는 그럴 듯 하다 무사는 충과신을 지켜야 하는 법 그러나 이반의 목소리가 굵어졌다 대의에 어긋난 주인은 결국 아랫사람을 사물로만 이용하고 같이 망하게 된다그들에게 충과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추한 인연이 남아 있을 뿐이다 물벼락을 맞은 듯이 조용해진 청 안에 이반의 목소리가 이어 울렸다 나는 너희들의 지난 인연을 다 덮겠다 교고쿠의 하가와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서 교고쿠 3백만 백성을 위해서 덮는 것이다 백성을 번성시켜야 가문이살아나고 가신의 가치가 든든해지며 영주의 권위가 세워지는 것이다 이반의 시선이 다시 긴끼에게로 옮겨졌다 긴끼 내가 그래서 널 시종장으로 삼는 것이다 알아들었느냐 예 다 들었소이다만 어물거리던 긴끼가 헛기침을 크게 했다 말씀이 어렵긴 하나 맞는 말씀 같기도 합니다만 그러자 가신 몇 명이 쓴웃음을 지었고 청 안의 분위기가 풀렸다 이반의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도록 하라 그래야 영지가 살아난다 너희들은 모두 수백수천의 백성을 다스리는 영주인 것이다 그 자세가 이 난세에서 교고쿠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반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가신들은 모두 두 손을 짚고 엎드렸다 그들로서는 하가와 한테서도 이런 말은 듣지 못했던 것이다 자시가 되어서 저택의 불도 다 꺼졌을 때 별채의 청으로 두 사내가 소리 없이들어섰다 앞장 선 사내가 청을 건너 안쪽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불빛이 흘러나오면서 두 사내의 얼굴이 비쳤다 가네다와 와타나베였다 방에는 이반과 기무라가 앉아 그들을 맞았다 숨어 지내는데 불편했겠소 먼저 기무라가 말을 건넸을 때 와타나베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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