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일 일요일

순진했다 김희연과 결혼했을 때 길에 버려진 물건을 두근대며 집어넣은 기분이 아니었을까

순진했다 김희연과 결혼했을 때 길에 버려진 물건을 두근대며 집어넣은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는 부담감을 품고 있다가 김희연의 이혼 요구에 큰소리도 못 내고 물러섰을 것이다 네놈의 사랑도 정상적이 아니다 길게 연기를 내뿜은 윤우일은 초점 없는 시선으로 창문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들은 것은 외인부대에 입소하기 이틀 전이었다 미국으로 나간 이후 모든 인연을 다 끊었지만 술에 취한 김에 파리에서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가 우연히 알게되었던 것이다 후배는 들었다면서 결혼날짜가 15일 남았다고 떠들었는데 그때 그는 얘기를 다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 그렇겠지만 후련했고 서운했다압구정동의 초밥집은 젊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활기 띈 분위기였다 카운터 앞에 서 있던 주인여자가 이은강을 보더니 반색을 하고는 안쪽의 빈 자리로 그들을 안내했다 주인을 따라가던 이은강은 식탁에 앉은 한 무리의 남녀와도 떠들썩하게 인사를 나누었다[형 저 애들은 유학파들이야]식탁에 앉았을 때 이은강이 금방 인사를 나눈 무리들을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미국 학교에다 적만 두고 시도 때도 없이 한국으로 날아와서 노는 거야][그런데 넌 어떻게 알아][쟤들하고 2차 코스에서 자주 만나거든]종업원이 다가왔다 이은강이 초밥과 술을 시켰다 익숙한 태도였고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은강은 세심하기도 했다 윤우일이 웃음 띈 얼굴로 이은강을 보았다 [넌 귀여운 면이 있다][방법의 차이로 판단될 뿐이지 인간의 속성은 대부분 비슷해]눈을 동그랗게 뜬 이은강이 윤우일의 시선을 잡고 말했다 [부는 나쁘지 않은 거야 그렇지][그렇지][부는 좋은 거야라고 할 때보다 거부감이 조금 덜 하지][그렇구나][그럼 나에 대한 표현을 해봐 형 자존심도 살리면서][난 여자에 대한 감정 정리가 안 돼][그런 것 같았어]이은강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형의 여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나도 생각했으니까][너는 있고 없는 것으로만 판단하는구나][복잡한 건 싫어]그때 반찬이 날라져 왔는데 깔끔하면서도 입맛이 당기는 차림이었다 야채와 조림 튀김의 색상까지 조화를 이룬 것 같다 재킷을 벗어 반팔 면셔츠 차림인 이은강이 미끈하고 흰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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