쳤다[이 더러운 놈 넌 네 목숨 하나 건지려고 처자식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놈이구나 아무나 끌어들이지 마라]그 순간 루슨스키의 쾡한 눈이 더 커지더니 초점이 흐려졌다[네놈은 보통 놈이 아니구나 한국인]검은 머리의 사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순 방 안이 긴장감에 휩싸였다사내가 논을 가늘게 뜨고 윤우일을 보았다[이런 상황에서도 은근히 협박까지 하는군 그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부다페스트로 옮겨간 저놈의 처자식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말이지][난 아니야]윤우일이 때려 붙이듯이 말하자 사내가 쓴웃음을 지었다[어디 네가 얼마나 버티는가 보자]방을 나온 윤우일은 복도 벽에 붙여진 시계를 무심히 보았다 오전 12시 2분전이었다 복도는 깨끗했고 옆쪽 유리창 안의 사무실도 잘 정돈되어 있는데다가 바깥 건물도 멀쩡했다 이곳은 폭격에서 제외된 민가 지역일 것이다밀로세비치는 정부 각 기관을 지하 방공호나 민가 밀집지역에 분산시켰는데 그것도 수시로 이동했다[빨리 가]뒤를 따르던 병사의 주먹이 등에 꽂혔다 윤우일은 휘청거렸다 그런데 그가 복도 끝의 계단에 발을 딛었을 때였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길게 울리더니 곧 비상벨 소리가 건물을 덮었다 걸음을 멈춘 윤우일이 무의식중에 머리를 들어 위쪽을 보았다 뒤를 따르던 병사들도 당황한 듯 여기저기 휘둘러보았다윤우일은 그들과 함께 뛰었다 온몸에서 기력이 솟아올랐다 그는 정신없이 거리 끝까지 달려 나갔다 미사일이 차례로 떨어져 내렸는데 폭음과 함께 솟아오르는 파편은 마치 축제의 불꽃놀이 같았다 그것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윤우일은 거침없이 내달렸다제2장 청소부호텔 현관을 나온 다까다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서너 걸음 앞으로 더 나왔을 때 윤우일이 낮게 불렀다[다까다 씨]머리를 돌린 다까다는 어둠 속에 서 있는 윤우일을 아직 보지 못한 모양으로 이맛살을 찌푸렸다[다까다 씨]벽에서 몸을 뗀 윤우일이 한 걸음 나서자 다까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더니 벽 쪽으로 다가왔다 밤이어서 등은 호텔 현관 앞에만 켜 있었지만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은데다 로비에는 비밀경찰과 보안군도 있을 것이었다다까다가 윤우일의 팔을 끌고는 옆쪽 건물의 벽에 바짝 붙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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